오늘 당했어요. 미슐렝가이드에...
항상 먹던 식당이 있었는데, 사람이 그렇잖아요. 매일 먹으면 질리는 거. 그래서, 주변에 미슐렝가이드에 선정된 집이 있다길래 한번 가봤죠. 일단은 혼자서 밥 먹긴 힘들어요.

구석자리에서 먹는데 이거 뭔 국밥이 다 식어서... 저도 부산에서 오래 산지라 국밥 맛집을 알지 않겠어요? 가면 부글부글 끓는 국물에서 돼지사골 육수 냄새가 풍겨야 하는데 아무 향도 안 나요. 슴슴한 건 괜찮은데 일단 국물에선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약간 냄새가 나요. 뭐, 가장 맛있던 게 생양파네요... ㅎㅎ
그래서, 탄수화물만 한 공기 비우고 바로 나왔죠. 아마 들어와서 가장 빨리 나간 사람일 듯. 근데 왜 그렇게 손님이 많아요? 미슐렝가이드가 그렇게 맛있나? 신기한가? 아, 나도 그래서 가봤지?? 할말은 없네. 심지어 경찰관들도 와서 먹고 있더군요.
이젠 미슐렝따윈 안 믿을려고요.
사실, 미슐렝에 속은 게 처음은 아니에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미슐렝 사기(!)는 태국이었죠. 코시국 때 도망치듯 호캉스를 떠났던 첫 태국여행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미슐렝가이드 레스토랑을 찾았었죠.

룩카이통(Luk KaiThong)이라는 이름의 태국 음식점입니다. 룩카이통이 황금 병아리라는 뜻이래요. 처음엔 닭요리 집인 줄 알았는데...

닭다리를 먹긴 했죠. 그전에 크랩 요리를 먹었는데 괜찮았습니다. 태국엔 해산물 요리가 끝내주잖아요. 그런 다음 닭다리를 시켰더랬죠.
근데, 거의 오리다리 수준의 닭다리라 나오더군요. 꽤나 먹음직스러운 향도 나구요. 기분 좋게 한 입 베어먹었는데... 와, 정말 멋진! 닭냄새가!! 확, 입안으로 밀려들어오더군요. 실은 몰 1층에서 일본식 라멘에 치킨 한 조각을 저렴하게 시켜서 먹다가 닭냄새가 너무 심해서 뱉고 라멘만 먹고 와서, '아, 싼 걸 함부로 먹으면 안 되겠구나.' 해서 미슐렝을 찾아왔는데요. 미슐렝이면 뭐 해 닭냄새 하나를 못 잡는데...
도대체 미슐렝은 어떻게 주는 건가요? 이거 갑자기 나타나 요리를 먹은 다음에 주더라도 다양하게 다 먹어보고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먼 넘의 미슐렝이 고기 냄새도 못 잡는 음식점에다가 이름표를 붙여주는지...
물론, 미슐렝가이드나 스타 받은 집에 가서 성공한 적도 있습니다. 정말 맛있는 만둣국 집도 알구요. 하긴 미슐렝 이름을 보고 찾아가니까 맛집도 찾고 하는 거니까 좋긴 하죠. 근데 선정되는 이유를 모르겠는 집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이젠, 미슐렝 따윈 안 믿을래요.
그냥, 내가 가는 단골 음식점이 미슐렝이에요.
'짧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이 안 와요 ㅠㅠ (1) | 2025.02.25 |
---|---|
제 2의 고향, 세부? (0) | 2025.02.11 |
위기를 기회로, 코로나 호캉스 (1) | 2025.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