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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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같은 중소기업 - E에스아이, 하
다시 반년 정도가 지나자 불편했던 목발도 필요 없이 내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1년 뒤면 다시 발목에서 철심을 빼는 수술을 해야 하긴 하지만 다시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는 게 됐을 때쯤이었지. 별다른 큰 사건도 없는 조용한 2013년의 봄, 내 개인적으로는 큰 사건이 터진 거야. 몇 억 정도를 작은 건물 부동산에 지인과 같이 나눠서 하고 있던 투자가 큰 손해를 입게 된 거였어.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인데 돈이 부족하니 반씩 투자금을 내서 구매를 한 뒤 나오는 월세를 나눠 주겠다는 데 괜찮은 제안이잖아? 매달 150만 원 정도를 나에게 주겠다니 연 10프로의 이자율 정도 됐지. 근데 이게 다... 사기였던 거야. 하아... 친구에겐 소송을 할 수도 없는 일이야. 친구와 투자를 한 게 아..
2025.03.20 -
대기업 같은 중소기업 - E에스아이, 상
E에스아이... 정말 할 말이 많은 곳이지. 중소기업을 전전할 때 가장 오래 다닌 곳이기도 하고 말야. E에스아이에서의 면접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시작됐어. 대전에서 어렵게 하루 전날 내려온 뒤 오랫만에 집밥을 먹은 금요일 오후에 도착한 회사는 창원의 유명한 공단 내 조립식 공장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었어. 늘 콘크리트 건물에서만 면접을 봐왔던 나로서는 면접 장소가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지. 1층부터 2층까지 높이가 엄청 높은 건물들이 생산직 공장 건물의 보통 모습이라더군. 그리고 2층에 올라와서 보이는 파티션마다 앉아있는 수십 명의 직원들의 모습도 생소로웠어. 그렇게 들어선 약간 어두침침한 미팅룸의 두 면접관이 환하게 나를 맞아주었고, 그 미소에 긴장이 풀리며 그렇게 어려운 자리는 아닐 거란 예감이 ..
2025.03.08 -
학교야, 학원이야? - D아카데미 전성기, 하
사실 바쁘다는 이유로 대전을 제대로 즐길 시간도 없었어. 어쩌다 대전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나 전국에서도 유명한 빵집을 찾아가 보고, 이름도 모르는 맥주집에서 가볍게 맥주나 한 잔 하는 정도였지. 일하는 거와 집을 치우는 건 다른 주제였지. 숙소로 잡은 원룸은 말 그대로 돼지우리였어. 대부분 끼니를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고, 주말이면 침대와 한 몸으로 지냈어. 거기다 이제 2년이 다돼 가는데 계약도 연장해야 하는 신경 쓸 부분도 있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 어머니 전화야. 그래서 받았지."네, 어머니.""아빠랑 한 십 분 내로 원룸에 갈 거다."순간 심장이 철렁했어. 큰일 났잖아. 그간 내가 창원을 내려가거나 하면 어머니가 반찬이라도 챙겨 주셔서 내가 가지고 오곤 했었고 처..
2025.03.01 -
잠이 안 와요 ㅠㅠ
불면증이 있습니다. 그렇게 심하진 않은데, 잠을 잘 못자요.이 병은 30대 중반 회사생활 중에 생긴 병입니다. 두 가지가 같이 왔죠. 자다가 갑자기 깨어났는데 숨이 안 쉬어지더군요. 그러더니 마구 눈물이 쏟아졌어요.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가 마구 몰려오면서요. 숨을 헐떡이며 울어댔는데 그걸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한 10분 정도는 그 상태가 계속 되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찾아보니 공황 장애의 증상과 비슷하더군요. 그렇게 몇 번 정도 같은 증상을 반복하다 병원을 찾았구요. 공황 발작이라면서 계속 놔두면 공황 장애가 될 수 있으니 치료를 계속 받으라고 권하며 약을 주었고, 좋은 방법이 운동이라고 했습니다. 운동은 그 때도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한 번 병원을 가고 나서 찾은 게 등산이었어요. 평일날..
2025.02.25 -
학교야, 학원이야? - D아카데미 전성기, 중
개발자로 일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강의를 이어가며 모두 좋은 신입 개발자로 만들고자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그리 쉽진 않았어. 반년을 이어가며 금방 포기해 버린 일본어 전공자, 다른 학생과 충돌로 그만둔 학생 등 다섯 명의 훈련생이 중간에 그만두게 되었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가 커져가더군. 마지막 한 달 반 정도 팀별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수료 후 취업활동을 가지게 되지. 2008년 2월 중순이 되면서 첫 번째 담당을 했던 MS솔루션 개발자 과정이 끝났어. 결과는 27명 중 22명이 남아 있어서 수료율 81퍼센트, 22명 중 18명이 입사를 성공해서 취업률 82퍼센트. 그 당시 직업훈련 강사의 평가를 하는 기준이 있었어. 과정 후 훈련생 수료율 80프로, 취업률 80프로가 최소 기준이야. ..
2025.02.21 -
학교야, 학원이야? - D아카데미 전성기, 상
직업학교, D아카데미라... 말이 좋아 학교지 사실은 학교가 아냐. 일단 정말로 고등학교 졸업생 들 취업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직업학교란 이름의 학원이야. 아직도 여전히 많은 지역에 노동부 지원을 받으면서 운영되는 곳이 엄청 많지.이걸 직업능력개발 훈련이라고 부르잖아. 그 이름이 뭔가 있어 보이긴 하지, 결국은 나랏돈으로 훈련을 시키고 그 결과로 취업을 하라는 거야. 단순한 교육의 목적이 아닌 거지.D아카데미는 직원 수가 20명이 넘었고, 훈련생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참여하는 사람들이 한 반에 30여 명이 있었지. 거기다 4층짜리 넓은 건물을 혼자서 사용하고 있었어. 층층마다 강의실이 두 개, 세 개씩 해서 10개가 넘는 강의실이 있었는 데 어림잡아도 강의실을 전부 운영하면 학생들..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