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의 회사, 10번의 퇴사(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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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회사는... - F플러스에서의 반년, 하
"오빠, 많이 아파?"수진이 걱정스러운 듯 내 볼을 쓰다듬으며 말을 건네어와. 다행이게도 난 하나도 아프지가 않아 아니라면서 고개를 저었어. 1년 반 만에 자전거를 타며 부서뜨려서 철심을 박았던 오른쪽 다리 복숭아뼈에 있던 철심을 다시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이틀이 지난 주말에 수진이 입원실로 병문안을 온 거였어."안 아파. 걱정 안 해도 돼.""그래? 다행이야."그리곤 잠시 주변을 돌아보던 수진은 주변에 특별한 시선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의자에서 몸을 급히 일으켜 가까이 다가와선 내 입에 입을 맞추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자리에 앉더라구. 아싸! 이게 여자친구가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선물이지. 그러고 나선 손을 잡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나갔어. 학원에서 가르치던 말 안 듣는 학생 얘기며 괜히 꼬장..
2025.04.04 -
조용한 회사는... - F플러스에서의 반년, 상
F플러스를 알게 된 게 E에스아이에서 ◇◇그룹의 자회사인 ◇◇엔진에서 특수기계 중국어 서비스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알게 됐었지? 그래서, 개발이 끝나고 회사에 일이 없어서 여유가 있었을 때 한번 길 선배를 만나러 F플러스를 찾아갔었어. E에스아이에서 차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더라구. 전화국 건물 3층의 빈 사무실을 빌려주는 공간 대여서비스로 있던 F플러스는 진짜 작은 회사였어. 직원이 4명밖에 안 되는 회사이다 보니 E에스아이와는 너무 비교가 되는 거야. 80여 명 대 4명... 아, 참 그렇지. 회사 전사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작은 회사에서 그렇게 큰 회사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하는 의구심이 들정도라 그때는 마음에 담아 두질 않고 인사만 한 상태였었지.그러다 E에스아이의 연봉..
2025.03.28 -
대기업 같은 중소기업 - E에스아이, 하
다시 반년 정도가 지나자 불편했던 목발도 필요 없이 내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1년 뒤면 다시 발목에서 철심을 빼는 수술을 해야 하긴 하지만 다시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는 게 됐을 때쯤이었지. 별다른 큰 사건도 없는 조용한 2013년의 봄, 내 개인적으로는 큰 사건이 터진 거야. 몇 억 정도를 작은 건물 부동산에 지인과 같이 나눠서 하고 있던 투자가 큰 손해를 입게 된 거였어.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인데 돈이 부족하니 반씩 투자금을 내서 구매를 한 뒤 나오는 월세를 나눠 주겠다는 데 괜찮은 제안이잖아? 매달 150만 원 정도를 나에게 주겠다니 연 10프로의 이자율 정도 됐지. 근데 이게 다... 사기였던 거야. 하아... 친구에겐 소송을 할 수도 없는 일이야. 친구와 투자를 한 게 아..
2025.03.20 -
대기업 같은 중소기업 - E에스아이, 중
2010년이 지나 연봉협상이 끝난 뒤에 E에스아이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 이전의 작은 조립식 공장 건물에서 조금 더 큰 조립식 공장 건물로 이전한 거야. 거기다 1층에 회사 식당도 마련되고, 나중을 위한 널찍한 여분의 공간도 1층에 준비가 되었어. 개발팀에서 개발할 시스템이 돌아갈 서버도 추가로 구매해 서버실도 따로 구성해서 투자를 해 나가더군. 인도 출장 즈음해서 내가 회사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하니 그쪽으로 전문가인 임 과장을 채용했어. 임 과장 채용 때는 내가 면접에 같이 들어갔지. 하하하! 임 과장은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린데도 점잖고 조용한 성격이었어. 맡은 일도 꼼꼼히 잘해서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해 나가니 회사 시스템도 성능이 더 좋아졌지. 그런데 일..
2025.03.13 -
대기업 같은 중소기업 - E에스아이, 상
E에스아이... 정말 할 말이 많은 곳이지. 중소기업을 전전할 때 가장 오래 다닌 곳이기도 하고 말야. E에스아이에서의 면접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시작됐어. 대전에서 어렵게 하루 전날 내려온 뒤 오랫만에 집밥을 먹은 금요일 오후에 도착한 회사는 창원의 유명한 공단 내 조립식 공장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었어. 늘 콘크리트 건물에서만 면접을 봐왔던 나로서는 면접 장소가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지. 1층부터 2층까지 높이가 엄청 높은 건물들이 생산직 공장 건물의 보통 모습이라더군. 그리고 2층에 올라와서 보이는 파티션마다 앉아있는 수십 명의 직원들의 모습도 생소로웠어. 그렇게 들어선 약간 어두침침한 미팅룸의 두 면접관이 환하게 나를 맞아주었고, 그 미소에 긴장이 풀리며 그렇게 어려운 자리는 아닐 거란 예감이 ..
2025.03.08 -
학교야, 학원이야? - D아카데미 전성기, 하
사실 바쁘다는 이유로 대전을 제대로 즐길 시간도 없었어. 어쩌다 대전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나 전국에서도 유명한 빵집을 찾아가 보고, 이름도 모르는 맥주집에서 가볍게 맥주나 한 잔 하는 정도였지. 일하는 거와 집을 치우는 건 다른 주제였지. 숙소로 잡은 원룸은 말 그대로 돼지우리였어. 대부분 끼니를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고, 주말이면 침대와 한 몸으로 지냈어. 거기다 이제 2년이 다돼 가는데 계약도 연장해야 하는 신경 쓸 부분도 있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 어머니 전화야. 그래서 받았지."네, 어머니.""아빠랑 한 십 분 내로 원룸에 갈 거다."순간 심장이 철렁했어. 큰일 났잖아. 그간 내가 창원을 내려가거나 하면 어머니가 반찬이라도 챙겨 주셔서 내가 가지고 오곤 했었고 처..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