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회사는... - F플러스에서의 반년, 상

2025. 3. 28. 16:4920년간의 회사, 10번의 퇴사

F플러스를 알게 된 게 E에스아이에서 ◇그룹의 자회사인 ◇엔진에서 특수기계 중국어 서비스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알게 됐었지? 그래서, 개발이 끝나고 회사에 일이 없어서 여유가 있었을 때 한번 길 선배를 만나러 F플러스를 찾아갔었어. E에스아이에서 차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더라구. 전화국 건물 3층의 빈 사무실을 빌려주는 공간 대여서비스로 있던 F플러스는 진짜 작은 회사였어. 직원이 4명밖에 안 되는 회사이다 보니 E에스아이와는 너무 비교가 되는 거야. 80여 명 대 4명... 아, 참 그렇지. 회사 전사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작은 회사에서 그렇게 큰 회사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하는 의구심이 들정도라 그때는 마음에 담아 두질 않고 인사만 한 상태였었지.

그러다 E에스아이의 연봉 동결에서 급여가 밀리는 일이 벌어지니 어쩌겠어? 길 선배에게 하소연을 담아 전화를 했지. 그러자 선배가 이렇게 물어오더군.

"우리 회사로 올래? 우리도 연성이 같은 경력자가 필요한데 말야..."

규모가 작은 회사라고 관심 밖에 두었던 길 선배의 F플러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지. 사람이 참 간사하지. 몰랐는데 F플러스는 탄탄한 경영구조를 가지고 있더라구. 회사 전사시트템인 ERP를 대부분 생산공장에 납품을 하는데 이 ERP라는 게 엄청나게 비싸. 몇 십억 대이지. 근데 조그만 생산공장이 이렇게 넣을 여력이 안되잖아. 그럼 F플러스에서 저렴하게 시스템을 만들어 넣어주고, 매달 몇 십만 원의 유지보수 비용을 받는 거지. 이렇게 시스템을 도입하 곳이 20여 곳이 넘는 거지. 그럼 몇 백만 원이라도 매달 수익이 나오는 거야. 물론 이런 곳이 엄청 많아야 좋겠지만 이런 식으로 늘려가면 돼. 근데 반대로 E에스아이는 프로젝트는 몇 억 원씩 받아오는데 매달 들어오는 고정 수입이 없으니 그렇게 한 순간에 무너지는 거야. 

2013년 9월, E에스아이를 탈출하고 바로 F플러스로 입사를 하고 나니, '선배'라는 호칭은 안 되겠더라고. 그전에는 '사장'이라는 호칭을 부를 때 사용했는데, 왠지 '대표'가 더 멋있어 보여서 이때부터 바꿔 부르기 시작했어. 물론 둘이 있을 땐 선배지, 당연! 입사하자마자 길 선배는 한 프로젝트를 나한테 던져줬어. 창원에 있는 전기 관련 연구소의 사내 물품들을 QR코드로 관리할 수 있는 물품 관리시스템을 만들라더군. 투입 인력은? 나 혼자! 네 명이 전부인 회사에서 투입 인력이 두 세명 씩 될 수가 있겠어. 안되지. 1인 1 프로젝트라는 거야.

E에스아이 퇴사 한두 달 전부터 수진과의 연락이 잦아지고 있었어. 나는 그녀에게 이성적인 호기심과 관심이 생긴 이후였고, 수진의 경우는 주변에 훈련강사로서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한 거였지. 난 개인적으로 윤 부장에게도 3일 정도 휴가를 받아서 수진을 5년 만에 처음 만났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7월이 되어 여름휴가를 받았을 때도 수진을 만나러 갔었어. 직업훈련의 특성상 여름휴가 같은 건 없거든. 금요일 마지막 휴가날에 맞춰서 부산으로 넘어갔고 강의가 끝나는 6시부터 만나서 둘만의 술자리도 가지면서 더 친해졌지.

"여기요, 생각보다 학벌에 대한 차별이 심하네요. 쌤도 그러셨어요?"

"아... 난 석사졸이라 차별이란 건 모르겠는데, 그렇게 나와도 연봉이 그렇게 높진 않았죠. 왜요?"

"흐음... 캐드 설계 일할 땐 새벽까지 일하면 이백만 원을 넘게 벌었거든요. 여긴 저녁 여섯 시면 칼퇴근하는 게 넘 좋은데, 월급이 이백이 안 돼요."

맥주를 한 잔 들이켜곤 수진을 바라보면서 물었어.

"월급이 얼만지 물어봐도 돼요?"

"백오십요."

150만 원! 실무 경력이 5년 정도 있고 강의를 하는데 고졸이라는 이유로 150?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내가 학벌에 대한 차별을 받지 않다 보니 잘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이었어. 거기에 망설일 만도 한데 너무 스스럼없이 나에게 자신의 월급 얘기를 해주는 수진이 더 좋아지는 거야.

"우와, 너무하다. 그걸로 생활이 돼요?"

"뭐, 저 혼자 생활비로는 상관이 없을 텐데, 엄마가 계셔서..."

이젠 수진의 집안 얘기도 듣게 됐어. 4형제인데 맨 위로 큰 오빠, 둘째 언니, 막내 남동생까지 중 셋째라고 했어. 큰 오빠와 둘째 언니는 결혼을 했고, 남동생은 아직이지만 그러다 보니 어머니를 자신이 모시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러면 어머니의 생활비는 네 명이서 분배를 해서 어떻게든 마련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다들 살기에 빡빡하다 보니 그것도 쉽지 않다더라구. 그래도, 셋째에게만 떠 넘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어쩌겠어, 내 집안일도 아니니 어떻게 간섭도 못할 이야기지.

"내가 다시 알아볼게요. 다른 곳도 그런지..."

"말씀만이라도 고마워요, 쌤."

하며 웃어주는 수진이 왜 그렇게 이뻐 보이던지...

 

내가 하는 일은 뭐 특별한 문제없이 진행되었어. 두 달가량은 F플러스 사무실에서 분석과 설계, 개발을 한 뒤 마지막 일주일 가량을 연구소에 들어가 시스템에 맞춰 동작을 하도록 처리 후 완료하는 프로세스였지. 예전부터 늘 하던 방식의 프로젝트라 특별할 것도 없었어. 처음부터 길 선배는 회사의 ERP 시스템을 뜯어고쳐서 만들라고 얘기해 줘서 F플러스의 ERP 시스템 소스코드를 열어봤지. 열어보니 예전 사내메신저 개발할 때 사용하던 VB라는 MS사의 프로그래밍 언어인 거야. 난, D아카데미에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언어인 C#만 사용했는데 그대로 사용하려니 좀 껄끄럽네? C#이라는 언어로 다 바꾸고 싶은 거지. 그 작업을 안 했으면 아마 시간을 좀 더 줄였겠지만 여유도 있었을 거고... 일은 그렇게 해야 하는데, 왠지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어.

"대표님, 우리 솔루션 소스가 비주얼베이식으로 되어있는데요. 이걸 씨샵으로 바꾸겠습니다. 나중에 제가 유지보수 하려니 비베는 아닌 거 같아요."

"그래? 그럼 장 차장 편한 대로 해."

길 선배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답변을 해왔어. 간단한데? 말이 간단한 거지. 일은 빡세지. 거의 2주 동안 분석한 소스를 이전 언어에서 새로운 언어로 바꾸는 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냐. 거기다 이제 물품 관리에 필요한 기능들을 하나씩 만들어 넣고, QR코드 스티커를 찍어낼 프린터기를 연결해서 인쇄할 수 있도록 만들고 말야. 뭐, 처음 해보는 개발이지만 꽤 재미있게 해 나갔어. 거기에 QR코드 스티커를 인쇄하는 건 아주 신기하더라구.

 

좀 힘들면 어떻게 하느냐? 어쩌긴 주말에 부산으로 가 수진과 시간을 보내는 거지. 수진을 만나는 건 스트레스 해소에 직방이었어. 그녀도 월요일부터 쌓인 강의와 업무에 대한 고충을 나를 만나 해소하는 듯했어. 데이트지만 데이트라고 부르진 않았지. 토요일 오후에 만나서 밥 한 끼 하자는 식으로 에둘러 신청을 하면 수진은 거의 거절 없이 만나자고 했어. 그렇게 토요일 오후 두세 시쯤에 만나 늦은 점심을 먹고 나면 시간이 어정쩡했어. 그동안 사적인 친밀감이 많이 높아져 난 수진에게 말을 놓고 있었어.

"수진 씨, 우리 이제 뭐 할까?"

"음... 글쎄요. 머 할까요?"

"지금 오후 네 시 사십 분인데 술은 좀 빠르지?"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반전이었어.

"괜찮지 않을까요? 곧 다섯 시인데... 그럼 바로 여섯 시구..."

나를 보며 가볍게 웃으며 대꾸를 하더군. 아, 귀여워... 큭큭. 그럼, 어딜 가야 하나 혼잣말로 두리번거리자 수진이 내 팔꿈치를 손으로 툭치며 대답을 해.

"여기 역 근처에 ○구비어라고 있어요. 거기 갈래요?"

그 당시, 한참 뜨고 있던 작은 가게 맥주집이라 나도 머릿속에 떠올라 있긴 했지만, 수진이 말할 줄이야! 그녀와 자주 만나던 시외버스 주창장 근처에는 어디 있는지 몰랐는데 그녀는 이미 위치를 알고 있더라구. 친구와 전에 맥주를 마시러 갔었대. 당연히 가야지! 오후 5시부터 오픈이었는데 걸어서 올라가지 4시 55분이었어. 필요도 없는 오픈런을 한 거야. 이땐, 술기운에 가볍게 그녀의 손등을 치거나 가까운 어깨에 잠시 손을 얹는 등의 스킨십을 보일 때였지. 

 

F플러스에서의 전체 개발이 끝난 다음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연구소에 들어가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컴텍이라는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하는 작업을 해야 했어. ◇엔진 같은 회사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 처음 들어갈 때 노트북의 USB와 캠에 전부 스티커를 붙여야 해. 보안상의 이유로 말이지. 거기에 스마트 폰도 앞뒤 카메라에 모두 스티커를 또 붙이는 거야. 노트북 스티커는 나갈 때까지 뜯지 않지만, 스마트 폰 스티커는 집에 가서나 써야 하잖아? 그럼 다음날 또 붙여. 지들은 안 해. 밖에 외부 사람들만 그렇게 하는 거지. 하지만 뭐 F플러스에서 들어가는 연구소 이런 곳은 아무것도 없드만. 

편안하게 차로 들어가 주차를 하고 연락받은 3층 건물로 들어서 회의실에 기다리고 있으니 10분이 안 돼서 노 주임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얼굴을 보였어. 갑이라는 이름의 고객이니 일어나 인사를 했지.

"F플러스 장 연성이라고 합니다."

손에 꼭 쥔 명함을 건네주면서 말야.

"아, 반갑습니다. ●●연구소 주임, 노 형석이라고 합니다."

가볍게 악수를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어. 딱히 할 얘기도 없는 사이니 곧바로 업무 이야기로 넘어갔지.

"이미 전해 들으신 바대로 물품관리 시스템을 저희 쪽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연계해주셔야 합니다. 일단 장 차장님께서는 디비하고 업무관리 시스템 담당하는 ○○○컴텍 분들과 협의를 해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작업을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노 주임의 소개가 끝나고 개발 업체인 ○○○컴텍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 옆의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어. 가장 높은 부장, 차장과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맨 말단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개발자와 인사를 나누려도 돌아섰지.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있던 첫 직원과 통성명을 하려는 찰나,

"강사님?"

"어?... 추..."

"네, 추 창욱입니다. 쌤이 여긴 무슨 일이세요?"

그 친구는 대전 D아카데미에서 두 번째 MS개발자 과정을 수료한 학생이었어! 이 놀라운 우연이... 창욱은 집이 경북 구미로 많이 멀지 않던 대전으로 올라와 D아카데미에서 취업 훈련을 신청하고 나에게 강의를 듣고 나서 취업은 한 훈련생이었어. 거기에 100퍼센트 취업을 시킨 그 반이었으니 이름은 가물거려도 얼굴은 확실히 기억날 수밖에...

"이게 얼마만이야?"

"그러게요, 한 5년 넘었죠?"

그러자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우리 둘을 번갈아 보더군. 나는 노 주임에게 내가 가르쳤던 학생이라고 얘기하고, 창욱은 회사 사람들에게 내가 선생이었다고 얘기를 전했어. 그랬더니 웃으면서 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 휴식시간을 주더군. 창욱은 처음 대구 쪽의 개발회사에 취업을 한 걸로 알고 있었어. 그 뒤 일 년 만에 퇴사하고 잠시 방황을 하다 3년 전, 창원에 있는 이 회사로 이직을 했다고 스토리를 들려주더군. 나도 직업학교를 끝내고 창원의 E에스아이로 전향한 뒤 일한 얘기들을 들려주었지. 세상은 진짜 좁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주더군.

 

막힘 없이 진행되면 좋겠지만 어디서든 한 번은 꼭 문제가 일어나게 마련이지. F플러스 사무실에서는 잘되던 QR코드 스티커가 막상 연구소에 오니 안 되는 거야. 하긴 사무실에 있던 건 개발용 샘플 프린터였고, 연구소에 있는 건 실제 시판용이라 조금 다르긴 하다지만 제대로 안되네. 그래서 점심도 거르고 집중을 했지. 지금도 점심시간쯤 막히는 일이 있으면 점심을 거르고 문제에 집중해. 그럼 오히려 빨리 해결되고는 해.

그러고 나서 연구소 안에 있던 편의점에서 빵을 사서 내려와 작업실로 돌아가려는 데, 어디서 야옹, 거리는 소리를 들었어. 그래서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한 다섯 걸음 앞에서 진짜 한 주먹보다 조금 클만한 까만 새끼 고양이가 나를 보며 달려오는 거야. 그리고는 발 앞에 서서는 나를 올려다보며 연신 울어댔어. 아무리 봐도 너무 마른 애기 고양이였는데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는 가만히 눈을 마주하며 있는 거지. 눈이 마주친 게 내 책임이야.

2층 편의점에 다시 올라가 보니 참치캔이 있더군. 금세 사서 내려와 보니 어디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던 까만 애기 고양이가 그대로 나를 향해 총총거리며 달려와 섰어. 빨리 참치캔 뚜껑을 따고 먼저 기름을 잔디에 부어 버린 뒤, 뚜껑을 완전히 뜯어낸 뒤 보도블록 위에 내려놨지. 그러자, 정말 번개처럼 달려들에 참치캔 안으로 들어갈 듯 고개를 박고 먹기 시작해. 안쓰러움에 등을 살짝 쓰다듬으니까 손에 갈비뼈가 다 만져지더군. 그런 애기 고양이를 내려다보면서 누가 생각났냐고? 부산에 있던 수진이었어. 지난주는 만나지 못하고 지났는데 이번 주 주말에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어.

 

"오랜만."

"잘 지냈어요?"

"아니, 지난주에 수진을 못 만나서 못 지냈어."

"치... 거짓말."

이라면서 살짝 눈을 흘기며 미소 짓는 표정에서 아무리 둔한 남자라도 아, 이 여자가 날 좋아하고 있다.라는 감이 왔어. 그래서 바로 결심했지. 오늘 고백하고 만다라고 말야.

"지난주엔 바빴었나 봐?"

"실은... 헤헤. 그동안 너무 술을 많이 마시다 보니 탈이 났나 봐요."

"저런... 적당히 먹었어야지. 그럼, 오늘은 많이 마시지 말자."

"음... 싫은데?"

피식 웃음이 났다. 또, 술은 적게 마시긴 싫은가 보다. 꽤 술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그래도 일단 평소처럼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지. 주변을 찾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2층에 있는 호프집으로 들어갔어. 시외버스 주차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어서 건물들만 보이는 게 아니라 낮은 건물들과 듬성듬성 공터가 보이며 지는 해도 보이는 곳이었어. 맥주잔을 부딪치며 얼마 시간을 보내자 곧 창밖이 어둑해져가고 있었어. 살짝 대화가 줄어들 즘 그녀를 불렀어.

"수진?"

"응?"

"우리 계속 보고 있잖아? 거의 주말마다..."

"네..."

"수진은 날 어떻게 생각해?"

더 조용해진 분위기. 잠시 말을 않던 수진이 나를 보며 되물어왔어.

"어... 떻게 생각하다뇨?"

"나에 대한 생각 같은 거 없냐구."

"저는... 쌤 나쁘지 않아요."

"아니 나쁘지 않다는 게 뭐야? 좋다는 거야, 안 좋다는 거야? 그리고, 언제까지 쌤이라고 부를 거야?"

그러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답을 하고 있던 그녀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어오는 거야.

"그럼, 어떻게 불러요?"

"오빠라고 불러줘."

눈이 휘둥그레지며 살짝 고개를 옆으로 젓더군. 이전에도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했는데 극구 싫다던 수진이었거든.

"큰 오빠가 쌤보다 나이가 많은데, 두 살밖에 많은 데 오빠는..."

"그럼 뭐라 부르게?"

"... 오라버니?"

입안에 있던 맥주를 뿜을 뻔했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전쟁을 겪은 50년대도 아니고 무슨 오라버니라니...

"그래서... 두 살 많은 나하고는 사귀지도 못하는 거야?"

"네?!"

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수진은 눈이 똥그랗게 커져서는 꿈뻑이며 말을 잇지 못했어. 

"내가 왜 툭하면 너 보러 이렇게 오겠냐, 이 여자야. 너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너랑 사귀고 싶어."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오른손을 얹었어. 이야기를 이었지.

"사귈 거면 내 손 잡아줘. 나 눈감고 있을 거야. 싫으면 잡지 말든가..."

그다음 눈을 질끈 감고 기다렸지. 한참 동안 손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어. 시간이 몇 분이나 지난 거 같았어. 아, 나 차인 건가... 싶은 그때, 내 손등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어. 눈을 뜨자 내 손위에 수진의 왼손이 포개져 있었고, 내 눈앞에 그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웃고 있었지. 1일이 되는 날이었어. 

아, 집에는 안 들어갔지. 둘 다... 큭큭큭

계속...